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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딸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들

서칭(Searching) 감독: 아니쉬차칸티 장르: 스릴어, 미스테리 출연: 존조, 데브라메싱 어느 목요일의 늦은 밤, 데이비드가 깊은잠에 빠져든 사이 딸 마고에게서 3통의 전화가 걸려 오지만 받지 못한다. 다음날 아침, 등교한 줄 알았던 딸과 연락이 닿지 않자 데이비드의 불안한 마음은 극에 달한다. 지난 밤 스터디 그룹에 간 줄 알았던 마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딸을 찾기 위해 데이비드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경찰의 수사가 시작된다. 그러나 결정적 단서들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평범한 한국계 미국인 가정에서 벌어진 실종사건은 동네 전체를 혼돈에 빠뜨린다. 급기야 데이비드가 마고가 사용하던 노트북을 열어 보면서 마고의 흔적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 홀연히 사라져 버린 마고의 노트북에는 실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결정적 단서들이 담겨 있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상의 공간에 널려 있는 흔적들을 대하면서 데이비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을 접하게 된다. 신분증을 위조하고, 누구에겐가 2500달러를 송금하는 등 아버지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마고의 의심스러운 정황들이발견된다. "I know my daughter"로 일관하던 데이비드의 대사는 어느 덧 "I don't know my daughter"로 바뀌어 간다. 데이비드는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딸의 모든 것을 믿는 아버지이다. 딸에 대한 그의 완고한 믿음은 결코 순진하지만은 않은 이 시대 10대 자녀들의 비밀스러운 현실,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어도 단지 아는 척하지 않을 뿐일지도 모르는, 그 불편한 현실들 조차 인정하려 들지않는다. 그의 딸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그를 더욱 긴박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해지는 데이비드의 심리의 깊이에 처절함이 더해간다. 평범한 한국계 이민으로 실종된 딸을 추적하는 아버지 데이비드 김은 한국계 배우 존조가 맡아 열연한다. 이 영화는 빈틈 없는 긴장감을 안겨주며 쾌감을 선사한다. 처음 경험하는 강렬한 101분의 체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작품을 만든 아니쉬 차간티 감독 역시 '놀라움' 그 자체다. 이번 작품으로 장편 영화 데뷔를 한 1991년 생의 신인 감독이기 때문. 일찍이 직접 제작한 구글 글라스 홍보 영상으로 24시간 만에 100만 뷰를 돌파, 이후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에 스카우트된 매우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는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천재 감독의 탄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전망이다. 김정·영화평론가 --------------------------------------------------------------------------------- "아시아계 특유의 가족 관계 영화에 잘 녹아있다" 배우 존 조 인터뷰 - 처음에 출연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유튜브 비디오 같았다. 스릴러 영화의 주연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게 영화로 만들어질 거라는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감독이 계속 제의를 했다. 감독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니 이게 '진짜 영화'가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 스릴러 영화에서 아시아계 배우로 주연을 맡는 것의 의미는? 보통은 유색인종이 악역으로 많이 나오는 장르에 아시아계의 얼굴로 나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촬영하면서는 아시아계 주연배우로서 특별한 점을 못 느꼈다. 하지만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일 때가 되니 아시아계 특유의 가족애가 영화 속에 잘 녹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 소셜미디어에 대한 평소 생각은? 카카오톡을 사용하면서 부모님과 연락을 자주 하는 것이 너무 좋다. 하지만 악성 댓글과 같은 안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소셜미디어는 내가 가진 모든 감정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나쁜 감정도 좋은 감정도 소셜미디어를 통하면 더 커진다. 영화가 이런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 촬영기간 중 어려웠던 점은? 사람하고 촬영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연기를 하면서 항상 연기자와의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는데 이번에는 컴퓨터 화면을 보고 표정연기를 해야 하는 때가 많았다. - 아시아계 배우로서 20년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내 처음 목표는 그저 집세를 내는 것이었다. 처음에 배우로서 일을 시작할 때 내 꿈은 크지 않았다. 40살에 부업 없이 배우로서만 활동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활동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느껴진다. 유색인종 배우들은 지레 '유리천장'에 겁을 먹고 꿈조차 크게 꾸지 않는다. 나는 물론이고 앞으로 활동할 배우들은 좀 더 크게 꿈을 꿔야 한다고 본다. "존조 직접 만나 설득해서 영화 출연 성사시켜" 감독 아니시 차간티 인터뷰 - 존 조를 캐스팅하게 된 배경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존 조를 염두에 뒀다. 뛰어난 연기자라고 생각했지만 그에게서 최고를 끌어낸 감독이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존은 시나리오만 보고 출연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직접 만나서 설득을 한 뒤에 겨우 출연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 영화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에도 아시아계 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한 이유는? 존 조가 좋은 배우였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나타내는 것은 할리우드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양성을 일반화시키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시아계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게 전혀 특별한 일로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솔직히 존 조출연이 왜 큰 일인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좋은 배우가 출연하는 스릴러 영화일 뿐이다. - 제작기간 중 어려운 점은? 스턴트부터 군중이 나오는 장면까지 어려운 장면이 많았지만 13일 만에 촬영을 했다. 그리고 편집에 1년 반이나 걸렸다. 영화의 90%는 편집으로 만들어졌다. 촉박한 촬영기간도 힘들었고 아주 꼼꼼하게 접근해야 하는 편집도 힘들었다. - 소셜미디어를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든 이유는? 많은 영화들에서 소셜미디어는 안 좋은 일들에 도구로 쓰인다. 영화 속에서 소셜미디어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소셜미디어는 매우 중립적인 플랫폼이고 좋게 쓰일 수도 나쁘게 쓰일 수도 있다. 현대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소셜미디어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꼭 필요했다. 조원희 기자 cho.wonhee@koreadaily.com

2018-08-24

영화 '공작' 입소문 타고 한국 박스오피스 1위

지난 10일 LA와 OC에서 개봉해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공작'이 전국으로 확대 개봉됐다. 배급사인 CJ E&M에 따르면 남가주에 이어 지난 17일부터 뉴욕, 시카고, 시애틀, 밴쿠버, 토론토 등 북미 주요 24개 도시에서 '공작'이 개봉했다. 영화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올 여름 기대작이다. 지난 13일 오전 7시 기준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공작'이 누적 관객 수 206만6235명을 기록하면서 '신과함께-인과 연'을 제치고 주요 예매 사이트 예매율 1위를 달성했다. 이뿐 아니라 13일 하루 동안 25만6256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이미 '공작'은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고 해외 언론과 평단의 극찬은 물론 해외 영화 리뷰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비스티 보이즈', '용서받지 못한 자' 등을 만든 윤종빈 감독의 신작인 '공작'은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 충무로를 대표하는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한 작품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뚜껑을 연 '공작'은 '웰메이드 한국형 첩보극'이라는 극찬으로 입소문을 이끌어내며 관객들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신승우 기자

2018-08-17

아시안계의 의미있는 할리우드 '첫걸음'

기념비적인 일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연출하고 출연진 대부분이 아시아계 배우인 영화. 대부분 아시아에서 촬영된 영화가 미국에서 대대적인 개봉을 한다. 배급도 워너 브라더스가 맡았다. 이야기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지만 아시아의 문화를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싱가포르 출신의 케빈 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계에서 영향력이 높지 않았던 아시아계가 중심이 되는 영화를 커다란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전에 없던 일. 어떤 사람들에겐 감격스러운 일일 수 있다. 영화 메카폰은 존 추 감독이 잡았고 헨리 골딩, 콘스탄스 우, 양자경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15일 개봉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 이 영화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친숙함이다. 재벌 아들 닉과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뉴욕대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레이첼이 주인공이다. 둘은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본가가 있는 싱가포르에 향하게 된다. 둘은 미래를 약속한 사이지만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는 일은 어렵다. 엄청난 생활환경의 차이부터 주변의 질투까지 쉬운 일이 없다. 물론 가장 큰 장애물은 시어머니 엘레노어다. 평범한 집안의 출신이 못마땅한 엘레노어는 레이첼을 밀어내려 한다. 너무나도 전형적이어서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구조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닉은 멋있고 잘생긴 재벌 아들의 전형이다. 여자친구에게는 한없이 다정하다. 레이첼은 역경에 굴하지 않는 성격이며 닉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되는 레이첼을 질투하는 전 여자친구도 나오고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친구도 있다. 입체적 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더 자주 보던 모습이다. 뻔하고 통속적인 이야기라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는 항상 통속적이고 전형적이다. 주인공 커플이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는 장르가 생긴 이래 계속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뻔함보다는 친숙함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틀 안에서 새로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미디언 출신 한인 배우 켄 정과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 '오션스 에잇'에서 주연급 조연을 맡았었던 한인 배우 아콰피나는 특히 돋보인다. 둘은 많은 장면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특유의 입담과 리듬감으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재벌의 생활상을 담아내는 것 또한 싱가포르가 배경이기에 신선하다. 다 함께 만두를 빚는 장면이나 마작을 하는 장면 등이 특히 눈에 띈다. 하지만 영화는 모든 것이 피상적으로 흘러가면서 아쉬움을 남긴다. 닉의 사촌을 비롯한 주변 캐릭터는 코믹적 장치 이외에는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한다. 개인과 가족의 대립이라는 주제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흔히 겪는 일이기에 공감이 가지만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만 언급됐으며 이야기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다. 아시아계가 중심이 되는 대형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정말 보기 힘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확실한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한발짝만 더 나아갈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아시아계가 할리우드에 내딛는 아쉽지만 단단한 첫 발걸음이다. -------------------------------------------------------------------------------- 펙 린역의 배우 아콰피나 래퍼이자 배우인 아콰피나는 최근 대형영화 '오션스 에잇'에서 주연급 조연으로 활약하면서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주인공이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친구 펙 린 역할을 맡아서 훌륭한 코믹 연기를 펼쳤다. 그에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들어봤다. -다른 영화와 차별점은. "대본이 완벽했다. 다른 아시안 관련 영화들처럼 전쟁이나 역사에 관한 게 아니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 처음으로 아시아를 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현대적 이야기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펙 린 캐릭터도 좋았다." -올 아시안 캐스팅이 가지는 의미는. "모든 것(everything)을 의미한다. 아시아계 배우가 나오는 영화도 관객동원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아시안 영화는 흥행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버릴 것이다." -아시안으로서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말해달라.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아시안을 대표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긴장도 했었다. 내가 잘못하거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아시아계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오히려 당당하게 내가 앞서서 커뮤니티를 대표해야겠다 생각한다. 나로 인해 다른 아시아계 미국인이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켄 정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켄 정은 전설적 존재다. 그는 그냥 웃긴 사람이 아니라 연기도 잘한다. 모든 상황을 잘 맞춰주기 때문에 켄 정과 호흡이 안 맞기는 힘들다. 켄 정이 너무 웃겨서 촬영장이 항상 웃음바다였다." 펙 린 아버지역의 배우 켄 정 한인에게도 익숙한 배우 켄 정은 이번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다. 아콰피나가 맡은 주인공 친구 펙 린의 아버지역할이다. 하지만 나올 때마다 큰 웃음을 주면서 '신스틸러'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조이럭 클럽 이후 25년 만에 아시아계가 주축이 되는 영화였기 때문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 원작이 정말 좋았고 영화적이라고 생각했다. 친한 친구기도 한 감독 존 추가 나에게 역할을 줬을 때 기뻤다." -올 아시안 캐스팅에 대한 의미는. "영화 개봉에 대해서 이렇게 감정적이 된 적이 없었다.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흥분됐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아시아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사적인 일이다. 원래 개인적으로도 아시아계라는 자부심이 크다. 부인도 베트남계다. 우리 가족을 모델로 해서 만든 '닥터 켄'이라는 쇼를 제작하기도 했다. 자랑스러운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당연히 이 프로젝트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촬영장 분위기는. "촬영장 분위기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세트에서 이렇게 많은 아시아계와 함께한 적이 없었다. 아시아계 이민자로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아콰피나와의 호흡은. "이번 작업을 통해서 아콰피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가 됐다. 존 추 감독이 우리 둘을 부녀로 캐스팅한 것은 완벽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서로 생각을 읽어서 즉흥연기로 연결할 정도로 호흡이 좋았다." 조원희·송정현 기자

2018-08-10

스파이크 리, 70년대 인종문제로 돌아오다

블랙크랜스맨(BlacKkKlansman) 감독·각본: 스파이크 리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아담 드라이버, 해리 벨라폰테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R 2017년 화제작 중 하나였던 '겟아웃'의 조던 팔레는 아직 마흔도 안된 신예 감독이다. 코미디언, 배우 등으로 활동하다 겟아웃 한 작품으로 일대 할리우드의 가장 핫한 스타로 떠올랐다. 팔레 감독이 이번엔 제작에 손을 댔다. '블랙클랜스맨'의 제작자로 스파이크 리와 손을 잡았다. 두 흑인감독의 만남이며 신예와 베테랑의 만남이다. 각각의 세대를 대표하는 이들이, 그것도 인종문제에 관한 영화를 공동으로 제작했다는 사실 만으로 이 영화는 제작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조던 필레와 스파이크 리의 만남 자체는 분명 '중대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블랙클랜스맨은 인종차별주의 백인들의 범죄를 다룬, 흑인들에 관한 흑인들의 영화이다. 80년대 중반 'She's Gotta Have It', 'Do the Right Thing' 등 독립영화로 시작,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오늘 날 할리우드의 가장 역량있는 감독 중 하나로 떠오른 스파이크 리 감독이 지난 몇 년간의 슬럼프를 딛고 그의 건재를 과시한다. 스파이크 리 특유의 유머감각과 인종문제라는 무게감이 실린 문제작이다. 블랙클랜스맨은 1978년 당시 백인우월주의자 단체인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에 잠입한 흑인경찰 론 스톨워스의 이채로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콜로라도주의 흑인 경찰 스톨워스의 실화가 그 바탕이다. 실제 인물 스톨워스는 2014년 자신의 이야기를 '블랙클랜스맨'이란 제목의 책으로 펴냈고 이를 바탕으로 스파이크 리가 각본을 집필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배우 덴젤 워싱턴의 아들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스톨워스를 연기한다. 흑인 경찰이 KKK에 가입할 수 있었던 과정 자체가 흥미롭다. 당시 지역 신문에서 새로운 KKK 멤버를 구하는 광고를 본 스톨월즈는 전화로 단체 가입을 신청했고, 이후 KKK 조직의 신임을 얻어 지부의 수장의 지위까지 오른다. 백인우월주의자로 행세하며 전화와 편지로 KKK의 신임을 얻어낸 결과였다. KKK 조직원을 만나야 할 때는 백인 동료경찰 프립 짐머만(아담 드라이버)이 대신 현장에 나가는데 아담 드라이버와 워싱턴의 콤보 코믹 연기는 영화의 최고의 볼거리이다. 스톨워스는 KKK의 지부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KKK가 계획했던 십자가 소각행위와 단체활동 등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낸다. 스파이크 리 특유의 강도 높은 흑인들의 다크 유머가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스파이크 리가 유도하는 웃음은 폭소가 아닌 조소이다. KKK리더들을 되도록 멍청하게 그렸고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에게 마음껏 조소를 던지게 한다. 백인우월주의를 아무런 생각 없는 자들의 무자비하고 동물적인 본능처럼 그렸다. 유대인과 흑인들은 멸시하는 그들의 우스꽝스럽고 못난 모습, 백인들의 전유물인 백인우월주의를 고발하고 또한 조롱하고자 함이다. 블랙클랜스맨은 미국 영화 중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노골적으로 비난한 영화로 팬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트럼프 덕에 주가를 올린 영화일지도 모른다. 트럼프 시대로 불리는 오늘의 미국 사회, 그 안에 잠재되어 있는 인종차별주의에 맹렬한 비난이 가해진다. 스파이크 리의 메시지는 정치적으로도 매우 선명하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대통령 트럼프를 우리는 결코 좋아할 수 없다는 것. 칸영화제는 지난 5월 스파이크 리에게 심사위원대상을 안겼다. 황금종려상 발표 후, 히로카즈 감독의 일본 영화 '만비키가족' 대신 스파이크리 감독이 받았어야 했다는, 많은 비평가의 주장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알렉 볼드윈이 내레이터로, 해리 벨라폰테가 인상깊은 인권운동가로 카메오 출연한다. 김정·영화평론가

2018-08-10

시리즈 '쌍천만'을 향해…800만 돌파

지난 1일 개봉한 '신과함께-인과 연'(김용화 감독)이 개봉 9일째 800만 관객을 돌파했다. 9일(한국 시간)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오후 7시 30분 기준 영진위 입장권통합전산망에 집계된 '신과함께-인과 연'의 누적 관객 수가 800만5116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영화 사상 최단 기간 800만 돌파 기록이다. 기존 기록은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있는 '명량'(2014, 김한민 감독)의 개봉 10일째였다. '신과함께-인과 연'은 개봉 첫날 124만6332명을 동원하며 지난 6월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이 세운 개봉일 최다관객 동원기록 118만3516명을 경신했고, 지난 4일에는 146만6260명을 불러 모아 하루 최다관객 동원기록을 갈아치웠다. '신과함께-인과 연'은 이번 주말 1000만 고지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신과함께' 시리즈는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의 1·2편 '쌍천만 영화'가 된다. 전작인 '신과함께-죄와 벌'(2017, 김용화 감독)의 관객 수는 1441만931명이었다. 한편, '신과함께-인과 연'은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앞둔 저승 삼차사(하정우·주지훈·김향기)가 그들의 1000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마동석)을 만나 이승과 저승, 과거를 오가며 그들 사이에 얽힌 인연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현재 '신과함께-인과 연'은 LA와 부에나파크에 있는 CGV 영화관에서 상영 중이다. 이지영 기자

2018-08-10

"최무룡·최은희 만나보세요"…11일 한국 영화 '빨간 마후라'

"지난 1964년 개봉된 이 영화는 요즘으로 치면 1000만 대작 정도입니다. 많은 분이 오셔서 추억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재미한국영화인협회(회장 정광석)가 지난해에 이어 미주 한인들을 위해 올해에도 무료 영화를 상영한다.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신상옥 감독의 영화 '빨간 마후라(포스터)'다. 주인공은 당대 최고 스타들인 신영균, 최은희, 최무룡, 박암, 남궁원, 이대엽, 김희갑이 출연한다. 개봉은 1964년 3월27일이었다. 영화인 협회 정광석 회장은 "올해로 광복 73주년을 기념해서 기획했다"며 "앞부분에 지난 2005년에 신상옥 감독과의 인터뷰를 삽입했다. 반가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석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영화 '빨간 마후라'의 소재는 평양폭격이다. 6·25전쟁 당시 공군은 평양폭격을 할 때마다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강릉전진기지에서는 날마다 출격했었다. 주인공 나관중 대위는 100회 출격의 기록을 세운 용감한 조종사이다. 영화는 제4회 대종상 여우조연상(윤인자), 촬영상을 받았고 제2회 청룡상 남우조연상(최무룡), 각본상, 색채촬영상, 기술상, 편집부문을 받았다. 또한 제11회 아시아영화제 남우주연상(신영균), 편집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54년이나 됐지만 한창 때의 최은희, 최무룡은 물론, 최근 작고한 이대엽, 김희갑 선생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60년대에 한창 때였던 분들은 화면 속의 세상에 빠져들 겁니다." 캐서린 유 총무는 "협회가 한국 영화를 상영하게 된 것은 특히 시니어들을 위한 노력"이라며 "하지만 영화 상영을 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다음 작품을 꼭 올려 시니어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화는 주향교회(담임 김신 목사·3412 W 4th St. LA)에서 11일(토) 오후2시, 오후4시 두차례 상영된다. 영어 자막이 없지만 한국 고전영화를 감상하고 회고하는데는 지장이 없다. 아울러 같은 장소에서 오후6시부터는 한국 레위합창단이 초청돼 공연한다. ▶문의:(213)663-3050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2018-08-08

톰 크루즈 1인 무대…액션과 속도감 역대급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MISSION: IMPOSSIBLE-FALLOUT) 감독 : 크리스토퍼 맥쿼리 주연 : 톰 크루즈 , 헨리 카빌 , 레베카 퍼거슨 장르: 액션, 미스터리 등급: PG-13 상영시간: 2시간 27분 지금 영화가는 온통 미션 임파서블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할리우드의 가장 확실한 블록버스터 톰 크루즈의 모든 것이 이 영화에 담겨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액션, 스토리, 연기, 스케일 면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싫든 좋든 톰 크루즈는 그 자체가 이미 할리우드의 한 장르로 각인된 지 오래다. 영화의 '볼거리'를 이 정도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영화는 흔치 않다. 2시간 30분이 그냥 지나간다. 메인 테마와 오프닝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시리즈의 이전 작품들에게 점수를 더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스릴 넘치는 액션의 속도감에서는 단연 역대급이다. 개봉 1주 만에 박스오피스 수입 1위에 오른 것은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가히 파죽지세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흥행의 괴력을 보이고 있다. 2011년작 고스트 프로토콜의 최고 흥행 기록을 깨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올 여름 극장가는 미션임파서블이 독주할 것이 틀림없다. 액션영화의 예측성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예측불허의 전개에 그 묘미가 있다. 22년 액션 프랜차이즈의 연륜이 살아있는, 많은 것을 과시하는 영화이다. 무엇보다도 꼼꼼하고 촘촘하게 작업된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의 각본이 수준급이다. 단 1초를 버리지 않는 영화라 해야 할까, 방향전환에 있어 최고의 테크닉이 발휘된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톰 크루즈와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함께한 다섯 번째 영화다. 작전명 발키리(2009),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미이라(2017), 잭 리처(2013),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 등 톰 크루즈의 최근 흥행작은 모두 맥쿼리 감독과 함께 작업한 영화들이다. 3년 만에 속편을 내놓는 경우도 특이하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같은 감독이 두 편 이상 영화를 연출한 전례가 없었는데 이번에 그 전통도 깨졌다. 본작의 시간대는 전작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부터 2년 후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중 유일하게 전편에서부터 스토리가 이어진다. 전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은 IMF 전멸을 꿈꾸는 정체불명의 테러조직 신디케이트의 음모와, 이를 저지하려는 에단 헌트의 이야기였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서는 신디케이트의 수장 솔로몬 레인(숀 해리스)과 대립하는 에단 헌트의 활약이 담겼다. 부제 '폴아웃(fallout)'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첫 번째는 선택의 최종 결과다. 세상을 구하려던 에단 헌트와 IMF의 노력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 의미는 핵폭발 후 대기권에 잔류해 있는 방사성 물질을 의미하는데 영화에서는 신디케이트가 계획한 악행을 뜻한다. 개봉 이후 일주일이 지난 후의 평가는 대체로 할리우드 액션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었다는 게 지배적이다. 액션을 향한 그의 열정이 부상을 낳기도 했다. 영화를 관람한 팬들은 크루즈가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고 말할 정도다. 70미터 높이의 건물에서 10미터 넓이를 뛰어넘다 발목 부상을 당해 6주간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고도에서의 점프를 백번 시도한 끝에 성공했다는데 이 장면은 영화에 그대로 살아있다. 크루즈는 또한 영화를 위해 고강도 헬기 조종 훈련을 받았다. 프로 조종사들도 어려워하는 급회전 기술까지 습득했다는 후문이다. 총 161일 동안의 촬영 기간이 소요됐고 3000대의 카메라가 동원됐다. 프랑스 파리, 뉴질랜드 퀸스타운, 노르웨이, 영국 런던, 아랍 에미리트 등 5개국에서 로케이션을 했고 55곳에 세트를 세웠다. 아직 관람하지 않은 시리즈 팬들을 위해 줄거리는 생략하기로 한다. 김정·영화평론가

2018-08-03

수퍼 히어로 틴타이탄의 어린이 버전 데드풀

Teen Titans Go! To The Movies 감독: 아론 호바스, 피터 리다 미하일 출연: 그레그 사이프스, 스컷 멘빌 상영시간: 92분 상영극장: Universal Cinema AMC, AMC Century '수퍼 히어로'란 영화용어는 초영웅적인 영웅을 다루는 픽션 장르를 뜻한다. 말 그대로 초인적인 영웅들이 출연하여 악당을 때려 잡는 영화들이다. DC코믹스의 '수퍼맨'은 대표적인 수퍼 히어로라고 할 수 있다. '틴 타이탄'에 관한 일련의 애니와 TV 시리즈들도 DC 코믹스의 틴타이탄 팀이 활약하는 수퍼 히어로 영화이다. 수퍼 히어로들은 대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자 한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가면을 착용하는데 식구, 연인 등 주변인들에 대한 보복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이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는 영웅의 범주의 속한다. 수퍼 히어로의 대명사인 이들의 정체가 들통나게 되면 바로 예기치 않던 불행한 사건들로 연결된다. 수퍼 히어로의 대칭점에는 언제나 수퍼 빌런(Villain)들이 버티고 있다. 다수의 수퍼 히어로들이 힘을 합쳐 수퍼 빌런을 대적하는 스타일을 '수퍼 히어로 팀'이라고 한다. 수퍼 히어로들의 조수로 등장, 팬들의 사랑을 받는 사이드킥이란 개념도 이 장르에서는 중요한 조건이다. 배트맨의 로빈이 사이드킥의 전형적인 성공 사례이다. 틴타이탄은 초기에는 이야기가 단순해 유치하고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한 권선징악의 스토리에서 벗어나 선악의 구분이 모호해지기 시작하면서 독자나 관객에게 다양한 생각과 선택의 폭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인기도 함께 상승했다. 틴타이탄 TV 시리즈는 카툰네트워크에서 일본 애니메이션풍 그림체와 연출 방식을 많이 모방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과 아니메의 중간쯤 되는 독특한 그림체가 특징이었다. 복선이 거의 없고 내용도 단순한 편이었지만 틴타이탄 팬들의 충성심은 대단했다. 27일을 기해 개봉된 '틴타이탄 고우투더 무비스'는 말 그대로 틴타이탄 시리즈의 극장판이다. 워너브라더스가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했고 기존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카툰네트워크와 DC엔터테인먼트가 공동으로 제작에 참여했다. 방학기간 어린이 관객층을 노린 야심작이다. 처음 제작 발표 때만 해도 반응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원작 DC코믹스 팬들의 분노를 사며 개봉을 반대하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원작을 너무 많이 변형시킨 게 원인이었다. 하지만 '레고' '배트맨' 무비처럼 볼만한 DC 극장판 애니가 될 거란 기대 또한 적지 않았다. 특히 트레일러가 나온 뒤로는 이전의 혹평이 호평과 기대감으로 바뀌어 가는 분위기로 전환되었다. 극장판 틴타이탄은 시리즈 특유의 코믹함과 셀프 패러디의 탁월한 감각으로 일단 성공작으로 평가된다. DC 영화의 새로운 기대주가 되리라는 희망 섞인 바람들도 있다. 스토리는 TV시리즈 5에서부터 이어진다. 틴타이탄들은 배트맨, 수퍼맨 등 DC유니버스의 모든 주인공들이 영화를 가지고 있는데 자신들만 영화가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며 자신들의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할리우드의 유명 감독인 제이드 윌슨을 찾아간다. 하지만 윌슨 감독은 팀 타이탄들의 최근 행태가 좋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감독이 돼주는 것을 거부한다. 그 과정에서 저스티스 리그를 자기 휘하에 장악하려는 슬레이드가 등장하게 되고 팀타이탄의 수퍼 히어로들과 슬레이드의 대결이 벌어진다. 그간 사이드킥에 머물던 로빈이 사실상의 주인공이자 리더로 활약한다. 아직 나이가 어려 '데드풀'을 관람하기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용 데드풀' 정도로 여기면 되겠다. 성인용 액션의 지나친 폭력에 거부감을 일으키는 어른들에게는 애니화된 할리우드 액션을 나름 즐길 수 있는 영화로도 부족함이 없다. 김정·영화평론가

2018-07-27

베니스영화제, '넷플릭스 영화' 경쟁부문 초청

칸,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온라인으로 배급되는 넷플릭스 영화가 다수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국제영화제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영화제는 오는 8월 29일부터 9월 8일까지 열리며 올해 경쟁부문에는 20여편의 영화가 초청돼 황금사자상을 두고 격돌한다. 2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올해 영화제 경쟁부문에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배급된 작품들이 대거 진출했다. 앞서 칸 영화제는 넷플릭스에서 배급된 작품들이 영화관에서 상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쟁부문 출품을 거부한 바 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넷플릭스 작품에는 코엔 형제가 연출한 드라마 시리즈 '더 발라드 오브 버스터스크럭스'(The Ballad of Buster Scruggs)와 지난 2014년 '그래비티'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Roma) 등이 포함됐다. '제이슨 본'을 감독한 폴 그린그래스가 2011년 노르웨이 브레이비크에서 극우주의자의 테러로 77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다룬 넷플릭스 영화 '7월 22일'(22 July)도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베니스영화제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제작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런 현실을 외면할 수 없고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척할 수도 없다"고 넷플릭스 배급 작품들을 경쟁부문에 초청한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은 '라라랜드'로 이름을 알린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차기작 '퍼스트맨'(First Man)이다. '퍼스트맨'은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뎠던 당시 상황을 소재로 다룬 영화로, 셔젤 감독은 2016년 제74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던 '라라랜드'에 이어 자신의 작품을 이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보이게 됐다. 이 외에도 미국 원로 감독 오선 웰스가 지난 1970년대에 촬영했다가 미완성으로 남긴 유작 '바람의 저편'(The Other Side of the Wind')이 넷플릭스에 의해 비경쟁 부문에서 소개된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영국 원로배우 버네사 레드그레이브에 평생공로상이 수여될 예정이다. 이지영 기자

2018-07-27

사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한 조각' 위로

THE CAKEMAKER 케이크메이커 장르: 드라마 각본·감독: 오피르 라울 그라이저 주연: 사라 애들러, 팀 칼코프, 로이 밀러 상영: Edwards Westpark 8 '케이크메이커'는 사랑을 잃어 버리고 힘겨워하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세상 어딘가에 홀로인 우리 모두를 위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케이크메이커는 동성 연인을 이유도 모른 채 잃어버리고 실의에 빠진 토머스와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는 아나트의 서로를 끌어 안는 이야기이다. 두 사람이 잃어버린 사랑은 아나트의 남편이며 토머스의 연인이었던 오렌이다. 오렌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이 두 남녀의 아프고 슬픈 사랑의 이야기. 사랑을 떠나기로 결심한 케이크 애호가 오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동성애로 시작하는 초반부의 설정에 당황하게 되지만 이 영화는 동성애에 관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 케이크와 과자를 만드는 영상들이 아름답게 지나가며 모티브로 사용되지만 그렇다고 제빵에 관한 이야기는 더욱 아니다. 베를린의 조그마한 빵가게의 제빵사 토마스는 이스라엘인이며 동성 연인 오렌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그의 흔적을 찾아 그가 살았던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토머스는 오렌의 아내 아나트의 주변을 기웃거리다 아나트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하게 되고, 이들의 외롭던 영혼들은 서서히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다. 이 두 남녀는 결국 케이크와 쿠키를 만들며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아나트는 남편의 유품 조각들에서 토머스가 남편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국가와 종교, 가족, 성적 지향 등 개인의 정체성을 이루는 모든 것들에 의문이 일지만 영화는 다름 아닌 우리들의 고정 관념을 깨고자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의 모양새들에 대한 관념적 속성과 편견들에 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결혼한 남자와의 동성애, 다시 그 남자의 아내와 이루어지는 사랑을 보며 오늘 날 이 시대의 혼돈된 성의식과도 접하게 된다. 이성, 동성의 구분이 있기 이전, 인간의 마음 속에 담겨있는 이끌림, 사랑 그리고 고독에 대해 파헤치려 한다. 진지하고 잔잔하여 지루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부부가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기묘한 설정 조차도 그리 문제 되지 않는다. 여운을 남기는 감동과 함께 관객들은 결국 영화가 전하는 사랑에 설득되고야 만다. 이스라엘 사회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독일과 유대인 사이에 있었던 암울한 역사에 대한 메타포가 은근히 배어 있다. 종교적, 민족적으로 적대감이 깔려있는 두 나라 사람들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엿보게 된다. 유대인들이 토머스를 대하는 이기적 모습들, 그로 인한 토머스의 슬픔에 가슴 저미는 아픔이 있다. 섬세한 디테일들이 있는 반면 의도적인 생략이 또한 지혜롭다. 극적 사건 없이 인물들의 심리 과정에 집중한다. 여주인공 아나트를 연기한 사라 애들러의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그녀의 연기에는 기대 이상의 깊은 울림이 있다. 영화는 철저히 다양한 관객들의 관점에 모든 걸 던진다. 어떤 이상적 결말이나 교훈을 제시하지 않는다. 토머스와 아나트의 사랑이 이루어질 것인가 아닌가의 여부도 철저히 관객들의 몫이다. 마지막 장면, 모든 걸 잃었지만 다시 삶을 시작하는 아나트의, 눈물 깃든 마지막 표정이 있을 뿐이다. 토머스가 독일의 클래식한 레시피로 토머스가 만들어낸 블랙 포리스트 케이크는 아나트의 상처를 치유하는 달콤함의 상징이다. 기술과 감성이 미묘한 조화를 이룬 영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러나 감동이 있는 영화, 주인공들의 슬픔에 동화되고 아름다운 영상이 오래 마음에 남는 그런 영화이다. 김정·영화평론가

2018-07-20

'아이언맨' '어벤져스'…마블 영화, 한국서 '1억 관객' 돌파 신기록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페이튼 리드 감독)가 개봉 16일 만에 46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한국에서 개봉한 마블 영화가 누적 1억명의 관객을 돌파했다. 19일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앤트맨과 와스프'는 지난 18일 7만6231명의 관객을 더해 누적 관객 수 464만4095명 관객을 기록했다. 이로써 마블 영화는 국내에서 1억명 관객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단일 프랜차이즈 브랜드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마블 스튜디오는 2008년 '아이언맨'(존 파브로 감독)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시작을 알렸고, 이후 나오는 작품마다 인기를 끌며 수퍼 히어로 장르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헐크(마크 러팔로),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앤트맨(폴 러드),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 등 많은 히어로 캐릭터들이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상영 중인 '앤트맨과 와스프'를 포함해 총 20편의 마블 시리즈가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흥행 수익만도 172억 달러(약 19조4618억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 마블 10주년의 대미를 장식한 흥행 주역 '앤트맨과 와스프'는 개봉 7일 만에 전편인 '앤트맨'(페이튼 리드 감독)의 최종 관객 수를 넘어섰고, 흥행 기세가 더욱 상승하면서 마침내 마블 영화 1억 명 관객 돌파를 이뤄냈다. 배급사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측은 "영화를 사랑해준 관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여성 히어로 와스프로 사랑받은 에반젤린 릴리가 한국 관객을 위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에반젤린 릴리는 영상을 통해 "한국에서 마블 영화를 본 관객이 1억 명을 넘었다. 정말 대단하다"라며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 순간의 일원이 되어 영광이다. 마블 영화 계속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2018-07-20

5000만 관객 잡아라, 여름 극장가 최후 승자는?

여름 극장가가 갈수록 뜨거워진다. 방학과 휴가철이 겹치는 7·8월의 극장가는 연중 관객 수가 가장 많은 시기. 8월 첫 주를 정점으로 이 두 달 동안 연간 전체 관객 수의 25%가량이 극장가에 몰린다. 특히 최근 5년 새 연간 전체 관객 수가 2억명대에 올라선 것과 나란히 여름 영화 시장의 규모도 부쩍 커졌다. 관객 2억명 시대가 처음 열린 2013년만 해도 7·8월의 관객 수는 4800만 명에 조금 못 미쳤는데 이듬해 5200만으로 껑충 뛰었고 계속 늘어나 재작년 5600만까지 치솟았다. 이를 겨냥해 올해 여름에도 굵직한 한국영화 세 편이 7월 말, 8월 초에 집중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연말 개봉해 올해 초 천만 영화가 된 '신과함께-죄와 벌'의 2탄인 '신과함께-인과 연'(8월 1일)이 8월 첫 주 개봉하는 것을 전후로 SF 액션 영화 '인랑'(7월 25일)과 첩보 드라마 '공작'(8월 8일)이 각각 한 주 차이를 두고 연이어 극장가에 등장한다.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인랑'은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던 오시이 마모루의 원작을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무대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 남북한 정부가 통일 5개년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이후 통일에 반대하는 테러 세력의 준동, 이에 맞서 경찰에 신설된 특수조직과 정보기관의 권력다툼 등 가상의 상황을 2029년 시점에서 그려낸다. 특히 기대의 초점은 제목처럼 '인랑', 즉 인간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의 활약이다. 강동원·정우성·한효주 등 출연진 역시 화려하다. 지난 5월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윤종빈 감독의 '공작'은 이보다는 한결 사실적인 남북관계가 배경이다. 1990년대 대북사업가로 위장해 북핵 실체에 접근하던 안기부 요원의 회고가 바탕인 이야기다. 할리우드 첩보 액션물과 달리 실제 남북관계의 흐름, 남과 북의 인물들 사이에 싹트는 인간적 정서 등에 무게가 실린다. 황정민·이성민 등 연기파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다. 김용화 감독의 '신과함께-인과 연'은 이미 전작에서 저승 세계 판타지의 위력을 한껏 보여줬던 터라, 관객의 높아진 기대감을 충족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원작 웹툰에서 폐지를 주워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어린 손주를 지키는 역할을 했던 성주신(마동석 분)이 새로운 캐릭터로 가세하는 한편, 군 복무 중 억울한 죽임을 당한 수홍(김동욱 분)의 재판과 함께 강림(하정우 분)을 비롯한 삼차사의 과거사가 펼쳐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한국영화는 각각 순제작비가 165억~190억원에 달한다. '신과함께'가 1·2편을 합한 총제작비 400억원을 이미 1편으로 회수한 것을 논외로 한다면, 영화마다 약 500만~600만명씩은 관람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최근 여름 시장의 규모를 보면 턱없는 수치는 아니다. 2014년 '명량', 2015년 '암살'과 '베테랑', 2016년 '부산행', 2017년 '택시운전사'등 여름마다 천만 영화가 한두 편씩 탄생하는 데다 이를 포함해 500만 관객 이상의 흥행 성적을 올리는 영화도 서너 편씩 나오고 있다. 이후남 기자

2018-07-13

'액션 장인' 드웨인 존슨 '배우 흥행수입' 1위 탈환할까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 감독: 로슨 마샬 터버 출연: 드웨인 존슨, 니브 캠벨, 노아 테일러 장르: 액션 2016년 배우 흥행수입 1위, 그리고 2017년엔 2위 였던 드웨인 존슨의 블록버스터 예약 작품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개봉된 '램페이지', '쥬만지' 등으로 흥행 가도를 달려오고 있지만 이 영화는 그 중에서도 메가급이다. 존슨은 이 영화에 프로듀서로도 참여하고 있다. 2018년도 흥행 배우 1위 탈환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할리우드에 무서운 속도로 유입되고 있는 중국 자본의 본격 상륙과 함께 영화의 배경지도 아예 홍콩으로 택했다. 스카이스크래퍼의 제작진은 이 영화가 화재 또는 재난 영화의 클래식인 '타워링'과 '다이하드'의 뒤를 잇는 작품으로 기록되길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존슨은 실지로 평소 타워링의 스티브 맥퀸, 폴뉴먼,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에 대한 경의심을 기회 있을 때마다 얘기해 왔다. 그러나 존슨이 맥퀸이나 뉴먼, 윌리스의 전설적 배우대열에 오를 수 없듯이, 스카이스크래퍼 역시 진부한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흥행 방정식, 최고의 흥행 배우가, 과연 예정된 흥행을 불러올지 두고 볼 일이다. 엄청난 제작비가 투여되었고 그 덕분에 볼거리가 많다는 것 외에 영화는 어떤 반전도 없이 예견된 각본대로 진행된다. 인터넷 시대, 요즘의 영리해진 관객층을 미리 고려했더라면 스크립 과정에서 좀 더 세심한 신경을 썼어야 했다. 어차피 액션물은, 주인공에게 아무리 총격을 가해도 그가 죽기 않을 것이라는 대전제가 관객과 영화 사이에 미리 정해져 있다. 때문에 액션 영화는 악한들이 끌고 가줘야 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악한들은 모두가 3류다. 이 영화에는 도대체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비열함과 잔인함을 설득력 있게 연기하는 악역이 없다. 액션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인 킬링의 방식도 건조하다. 다이하드에서 보았던 킬링신들의 박진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분노해야 할 악역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모든 킬링신들은 매우 간단하고 간결히 처리된다. 어린 아이들에게조차 총구를 겨냥한다. 존슨의 액션은 마치 비디오게임을 연상시킨다. 그는 늘 힘이 장사이고 젠틀맨인 액션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에서 조금도 벗어남이 없다. 가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서슴없이 던지는 불사신이며 가족애, 부성애의 전형이다. 짜깁기식 구성에 지나친 설정으로 인한 스크립상의 허점들이 많이 보인다. 초대형 호화 빌딩에 화재 불이 났는데 모두들 인명에 관한 우려는 어디에도 없고 모두들 유튜브 라이브로 방영되는 존슨의 고공 액션에만 몰두해 있다. 10년전 FBI 임무를 수행하던 중 한쪽 다리를 잃어 의족을 차고 다니는 윌 소여는 240층 높이의 고층 빌딩의 시큐리티 시스템 계약 체결을 위해 홍콩에 오게 되고 이 건물에 머무는 중 화재가 발생한다. 소여는 위험에 처한 그의 아내와 두 아이를 구출하기 위해 화염 속을 몸을 던지며 테러범들과 사투를 벌인다는 간단한 내용이다. 스토리, 액션, 스릴, 감동이 모두 부족하다. 극중 240층짜리 빌딩 '펄'은 물론 가상의 건물이다. 공원과 호텔, 초호화 레지던스 스위트 등을 갖춘 초현대식 지상 낙원이다. 이 빌딩이 화염에 휩싸인 가운데 펼쳐지는 아찔한 고공 액션은 이 영화가 제공하는 최고의 볼거리이다. 중국이 할리우드를 삼켜버릴 일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겠지만,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에 중국 자본이 투여되어 선보이는 이 초대형 액션물은 어쩌면 그 자체로서 볼거리일 수 있겠다 싶다. 김정·영화평론가

2018-07-13

"가난한 내 고향…보여줄 건 노을 뿐"

변산 감독: 이준익 주연: 박정민, 김고은 장르: 드라마 "복수하려면 아직 멀었는디, 아버지 정말 가는 거요." 평생을 건달로 살다 임종을 바로 앞둔 아버지(장한선)와 아들 학수(박정민)가 주고받는 부자간의 마지막 대화이다. 서울에서 무명의 래퍼로 활동 중인 학수는 오래 전 가정을 버리고 간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 변산에 내려왔다가 그 순간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의 대화에 등장하는 '복수'란 말은 아들 학수가 아버지에게 품고 있는 증오심을 의미한다. 학수는 그다지 정감이 가는 주인공이 아니다. 그는 늘 투덜대기만 한다. 고향 변산을 뒤로한 채 서울에 올라와 열심히 살아 보려 안간힘을 쓰지만 주변 환경은 냉담하기만 하다. 래퍼로서의 재능이 인정되어도 경연대회에서 초반 탈락만 벌써 6년째이다. 꼬일 대로 꼬여 더 꼬일 것도 없어 보인다. 참으로 되는 게 없는 이 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이다. 그러나 래퍼의 솔직한 내면 고백과 과거사의 아픈 기억들이 점차 상기되면서 우리는 학수의 투덜댐이 과거의 지겨운 결핍에서 벗어나려는 피해의식의 몸부림이라는 걸 감지하게 된다. 두 편의 시대극 '동주', '박열'에 이어 이번에는 이준익 감독이 현대극을 들고 찾아왔다. 가슴 아프고 진지한 이전 영화들의 연출 톤이 '청춘 3부작'의 마지막 영화 '변산'에서는 코믹으로 전환된다. 2018년 최고 기대작의 면모를 충분히 갖춘 유쾌하고 즐거운 영화이다. 영화 '변산'은 전라북도 부안군에 위치한 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학수에게는 도피하고만 싶었던, 그래서 애써 잊으려 했던 고향 변산. 어릴 적 가족을 내팽개치고 떠났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 평생 고생만 하다 서럽게 돌아가신 어머니, 실패한 첫사랑의 기억이 있는 곳이다. 영화는 학수 가족의 슬프고 불행한 흑역사를 얘기하고 있지만 대체로 적절한 타이밍의 웃음으로 귀결된다. 감독이 의도한 촌스러움의 미학과 젊음을 상징하는 힙합이 교묘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는 1년여를 랩 연습에 매달린 배우 박정민의 힘이 크다. 무엇보다도 박정민의 털털한 연기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참으로 다부지고 빛나는 배우이다. 박정민은 예측불허의 코믹한 일화들 속에서도 학수의 내면에 진하게 깔려있는 인간미를 끝까지 붙들고 간다. 몰입의 극치를 보여주는 배우 박정민은 '그것만이 내세상'에서 직접 보여주었던 피아노 연주에 이어 이번엔 래퍼로 변신, 그의 음악적 재능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빛나는 코믹연기의 주인공은 김고은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학수를 짝사랑하며 그 사랑을 소중히 간직하고 키워 작가가 된 시골처녀 선미 역을 통해 김고은은 또 한번 우리에게 '재발견'의 의미를 실감케 한다. 그녀의 연기 스펙트럼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건 노을 밖에 없네." 폐항 변산의 노을은 이 영화의 키워드이다. 선미가 전하는, 이 영화의 진정한 메타포이다. 선미는 고등학교 시절 학수가 래퍼 노트에 남긴 문구에서 본 노을을 사랑으로 승화시킨,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이다. 선미는 실의에 찬 학수를 통해 노을빛을 처음 보았고 그 안에서 사랑의 위대한 힘을 키워오고 있었다. 짝사랑 했던 남자 학수에게서 받은 상처를 통해 터득한 그녀의 성숙함이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학수의 상처를 치유한다. '첫사랑은 이루어지 못함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첫사랑은 그를 사랑한 내 마음을 사랑한 것이다'라는 선미의 독백이 감동적이다. "언제까지 평생 피해 다닐 것이여? 니는 정면을 안봐. 값나가게 살진 못해도 후지게 살지는 말아" 선미가 학수에게 던지고 가는 이 돌직구 한마디에 학수는 처음으로 선미의 사랑을 물씬 느낀다. 선미의 애틋한 사랑과 변산의 가난한 노을빛의 서정이 접합되면서 '투덜이 래퍼' 학수의 마음이 움직여지고 그의 가슴에 사랑이 다시 움 트인다. 에필로그의 춤파티는 배우들의 케미를 한 장면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값진 보너스이다. 인간미 넘치는 감동 드라마 '변산'에는 또 다른 명장면들이 숨겨져 있다. 곧 죽음을 눈 앞에 둔 노쇠한 건달 역을 웃프게 연기한 장항선에게도 찬사를 보낸다. 그의 연기에는 이제 노 배우의 관록이 물씬 배어있다. 김정·영화평론가

2018-07-06

'앤트맨과 와스프' 측 "번역 박지훈 아냐…처음부터 다른 번역가"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페이튼 리드 감독) 측이 "이번 영화에 박지훈 번역가가 아닌 다른 번역가가 번역을 맡았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앤트맨과 와스프' 측은 "박지훈 번역가가 아닌 다른 분이 번역을 맡았다"라며 "다른 영화에서도 활동했던 유능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번역가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앤트맨과 와스프' 측은 "번역가 측에서 부담스러워 하는 것도 있고, 여러가지 이유로 굳이 공개하지 않는다"며 "다른 외화들도 개봉할 때 번역가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앞세우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지훈 번역가가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안소니 루소·조 루소 감독) 논란 이후로 교체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다른 번역가로 결정돼 그분이 준비를 하고 있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앤트맨과 와스프'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한 작품 중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4'를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할 작품으로 알려져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다. '시빌 워' 이후 은둔하며 히어로와 가장의 역할 사이에서 고민하던 앤트맨과 그의 새로운 파트너 와스프가 정체불명 빌런 고스트를 쫓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한국에선 지난 7월 4일 개봉해 박스 오피스 1등을 달리고 있으며 미국에선 지난 6일 개봉했다. 이지영 기자

2018-07-06

독립영화계 '한인 샛별' 떳다…배우 겸 작가 나오미 고씨

미 중서부 출신 20대 한인 여성이 각본을 쓰고 주연을 맡은 독립영화가 영화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NBC뉴스는 유방암 생존자로서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나이스(Nice)'를 제작한 한인 나오미 고(사진)씨의 사연을 깊이 있게 보도했다. 영화는 또 다른 한인 앤드루 안이 메가폰을 잡았다. '나이스(Nice)'는 지난 4월 뉴욕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에 처음 공개됐다. 미네소타에 거주하는 20대 한인 여성 테디 박이 자신의 유방암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숨기며 겪는 사건을 그렸다. 영화 곳곳에는 한인에 대한 정체성과 미 중서부 문화가 부딪치고 만난다. 고씨는 "창작자로서 미 중서부 문화와 아시안 아메리칸 정체성이 만나는 지점에 관심이 많다"며 "한 친구는 나를 보고 놀라곤 한다. 어떤 상황에서는 미네소타 사람으로 반응했다가 어떤 상황에는 한국사람처럼 화를 낸다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영화는 3년 전 다양한 단체로부터 제작비 지원을 받았으며 최근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팔렸다. 메가폰을 잡은 앤드루 안 감독은 LA 동성애자 목욕탕을 배경으로 한 '스파 나이트(Spa Night)'를 제작한 바 있다. 한인 2세인 고씨는 미네소타에서 나고 자랐다. 미네소타 대학을 졸업한 고씨는 당초 이슬람 예술을 공부하려다 2014년 영화 '백인에게(Dear White People)'를 제작하게 된다. 고씨가 각본을 쓰고 성미역으로 직접 출연했다. 작품은 영화계의 주목을 받으며 넷플리스를 통해서도 방영되고 있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2018-07-02

엘비스 프레슬리의 삶에 투영된 아메리칸드림

더킹(The King) 감독: 유진 자레키 출연: 알렉볼드윈, 이싼 혹, 랜 래더 상영시간: 109분 상영: Nurart Theatre 아론이라는 이름으로 1935년 1월 8일 미시시피주 트펄로의 가난한 가정에서 쌍둥이로 태어난 이 소년은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음악적 영감을 얻는다. 아론은 13살 때 가족을 따라 테네시주 멤피스로 이사를 하게 된다. 평범하게만 보이던 외톨이 소년이 교회에서 접한 음악과 멤피스로의 이사는 이 소년의 미래 운명과 함께 대중음악의 역사를 영원히 바꾸는 계기로 기록된다. 그가 바로, 이후 로큰롤 음악사에서 영원한 제왕 '더 킹The King' 엘비스 프레슬리이다. 엘비스는 수많은 대중문화 스타들 중 가장 위대한 팝아콘이었다. 그의 죽음 이후 40년이 흘러간 지금도 '더킹'으로서의 입지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 그는 음악 교육을 수료해본 적도 없고 악보도 읽지 못했다. 오로지 귀로 듣는 음감으로 피아노를 연주했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자신이 창안한 의상을 입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온 세계가 그의 춤과 노래에 열광했다. 그의 방식은 이전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그만의 음악이었고 춤이었으며 그만의 패션이었다. 자신들이 "예수보다 위대하다"고 발언해 한참 구설에 올랐던 비틀스의 존 레논 조차도 "엘비스 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Before Elvis, there was nothing)"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로큰롤의 또 하나의 큰 별이었던 레논은, 엘비스 외 그 누구에게도 음악적 영향을 받은 적이 없다며 더킹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엘비스가 자신의 대저택 그레이스랜드에서 의문의 죽음으로 세상을 뜬 지 40년이 흘러갔다. 'The House We Live In', 'Why We Fight' 등 정치색이 짙은 작품들로 두 차례 선댄스 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유진 자레키는 더킹의 사망 40주년을 기리기 위해 다큐멘터리 제작에 들어갔고 2017년 칸영화제와 2018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아직도 많은 추종자들에 의해 더킹으로 추앙받고 있는 엘비스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정물이다. 자레키는 엘비스가 타고 다녔던 1963년형 롤스 로이스를 타고 더 킹이 록큰롤의 역사에 강한 흔적들을 남겼던 4개의 도시 멤피스, 뉴욕, 라스베이가스와 LA를 순회한다. 더킹을 회고하며 그가 남긴 역사의 자국들을 찾아 떠나는 순례 여행이다. 엘비스의 음악사적 기록들을, 그를 흠모하고 추종했던 인물들, 더킹의 주변에서 그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이들의 코멘트를 카메라에 담아 더킹이 남기고 간 록스피릿을 스케치해 나간다. 엘비스의 때로는 모순적 삶들도 솔직하게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이 주목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다큐멘터리 전반에 깔려 있는 자레키의 정치적 시각이다. 엘비스의 삶과 트럼프 시대로 대변되는 오늘날 미국의 사회 현실을, 엘비스의 영상과 등장인물들의 코멘트를 통해 연결시켜, 오늘도 과연 아메리칸 드림이 살아 있는가에 대한 밀도있는 담론을 펼친다. 단순히 엘비스에게 헌정하는 추모 전기물에 그치지 않고 순례 여행을 통해 비추어진 엘비스의 시대와 오늘의 시대를 비교하며 자레키 특유의 비판적 색채로 트럼프 시대를 강하게 비판한다. 다큐라는 형식을 취한, 엘비스 프레슬리를 소재로 한,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을 주제로 한 유진 자레키의 에세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더킹의 죽음 이후 어쩌면 우리에게서 이미 떠나버렸을 수도 있는, 아니면 우리들 스스로 걷어 차버린 아메리칸 드림을 회고하고자 한다. 지난 주 뉴욕에서 개봉했고 이번 주를 들어 미전역에서 개봉된다. 다큐의 흥행은 거의 기대하기 힘든 일이지만 엘비스의 사망 40주기라는 이벤트성 덕분에 다큐 부문 오프닝주 흥행 기록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김정·영화평론가

2018-06-29

영화 '탐정: 리턴즈' 220만명 돌파

영화 '탐정: 리턴즈'가 무서운 기세로 개봉한 지 2주도 안돼 220만명 이상의 관객수를 돌파하며 여름 극장가에 뜨거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흥행엔 성공했다는 평가고 이제는 전편의 흥행 성적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탐정: 리턴즈'는 2015년 262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의 속편으로 권상우, 성동일, 이광수 등 친근한 매력이 돋보이는 배우들의 시너지와 이들의 군살 없는 코믹 연기가 관객에게 통했다는 분석이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탐정: 리턴즈'는 지난 26일 하루 동안 일일관객 수 9만3225명을 동원하면서 누적 관객수 총 221만7498명을 기록하며 10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의 왕좌를 지키고 있다. 이는 '탐정: 리턴즈'의 약 40배, 15배의 제작비로 완성된 쟁쟁한 할리우드 경쟁작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과 '오션스8'를 제치며 '골리앗을 이긴 다윗'의 저력을 드러냈다. 전작에 이어 더욱 돋보이는 권상우와 성동일의 케미,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웃음 치트키' 이광수의 만남은 적중했다. 개봉 전부터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의 호평 일색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탐정: 리턴즈'는 흥행에 성공했다. 배우들 역시 '탐정'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권상우는 '탐정' 시리즈가 '007'시리즈처럼 오래 이어지길 기월하며 "성동일 선배님이 언어인지력이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전했으며 성동일 역시 "토정비결에서 아무리 못 살아도 140살까지는 산다고 했다. '탐정' 시리즈가 '전원일기'만큼은 가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형 흥행 시리즈의 새로운 모범 답안을 제시하고 벌써부터 속편에 대한 기대감까지 고조시키고 있는 '탐정: 리턴즈'는 지난 22일부터 CGV LA와 부에나파크를 비롯해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워싱턴DC, 밴쿠버, 토론토 등 북미 주요 11개 도시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2018-06-29

'유쾌한 이야기꾼' 이준익 감독의 새로운 도전

거장 이준익 감독의 신작 '변산'이 오는 7월 13일 부에나파크 CGV를 시작으로 미주에서도 관객들을 만난다. '왕의 남자', '소원', '사도', '동주', '박열' 등 시대극과 현대극을 넘나드는 수많은 작품을 통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입증해온 이준익 감독이 열세 번째 영화 '변산'으로 즐거운 도전을 시작하는 것. 영화 '변산'은 고향을 떠나 '빡센' 인생을 살아가던 무명의 래퍼 '학수'가 고향으로 강제 소환되고, 잊고 싶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학수'는 자기 자신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며 치열한 일상 속에서도 열정을 불태우는 이 시대 청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평소 틀을 깨는 새로운 이야기와 인물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의 진정성 있는 연출력으로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유쾌한 이야기꾼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이준익 감독. 찬란히 빛났던 미완의 청춘을 그린 '동주', 불덩이 같이 뜨거웠던 청춘 '박열'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울림을 선사했던 이준익 감독이 본연의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로 관객들을 만나는 것이다. 이전의 두 작품을 통해서는 강점기라는 아픈 역사와 억눌린 사회 속의 비극적인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던 이준익 감독은 심리적인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면에 억눌려 있던 것들을 펼쳐보고 싶고, 드러내고 싶었던 이준익 감독의 열망은 억압되어 있던 틀을 깨는 새로운 청춘의 이야기 '변산'으로 자연스레 향하게 되었다. 이준익 감독은 "요즘 세대들은 힙합이라는 장르를 통한 자전적 고백에 공감하고 열광한다. 그래서 만일 '학수'가 래퍼라면 관객들과 더욱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 역시 풍부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새로운 도전의 이유를 밝혔다. '변산'을 통해 유쾌한 도전을 시작한 이준익 감독은 틀을 깨는 새로운 재미와 감동으로 한국은 물론 미주 한인 관객의 마음을 사로 잡을 것으로 보인다. 신승우 기자

201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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